[데스크 시각] 누가 자유민주주의 흔드나

입력 2018-02-05 18:04  

조일훈 부국장 겸 산업부장


나중에 번복하긴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개헌안에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한다고 발표한 것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새 역사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를 쓰겠다고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시도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떼어 버리려는 것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좌파적이고 분열적이다.

현 집권 세력이 유독 ‘자유’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보수 우파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유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 바뀌어도 여러분들의 자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안심하세요.”

민주주의와 혼동하면 안돼

하지만 이는 다분히 기만적이고 현혹적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언제나 동행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규범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을 규율하는 법이 어떠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다룬다. 개인의 자유, 사유재산권 보장, 작은 정부, 법의 지배를 핵심 가치로 삼는다. 이에 비해 민주주의는 법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느냐는 방법에 관한 문제다. 의회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라는 상이한 이름은 모두 그 방법에 따른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자유주의의 반대는 전체주의, 민주주의의 반대는 권위주의가 된다. 과거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는 자유주의를 표방했지만 권위주의로 나아갔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인민민주주의를 앞세우면서도 자유를 말살한 전체주의로 치달았다. 히틀러의 독일은 선거라는 절차로 총통을 뽑았지만 자유도, 민주도 아닌 전체주의 국가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분리하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일지를 절감하게 된다. 자유가 없는, 자유를 배제할 수도 있는 민주주의는 북핵 이상으로 위험하다. 한국의 좌파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태나 북핵 위협에 촛불 시위 한 번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친북 여부를 떠나 북핵보다 우파의 부활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반(反)문명적 인권 탄압보다 과거 좌파들을 향한 보수정권의 핍박을 더 증오하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힘을 합해 미국에 대항하자”는 북한의 오랜 선전술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자유에 대한 도전 용납 안돼

자유민주주의냐, 민주주의냐의 문제는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극좌파들은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말살을 획책한다. 대한민국이 자유와 시장을 발판으로 이만한 번영을 누리게 된 역사적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탐욕과 분배의 실패, 양극화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세계적 성취를 끊임없이 공격한다. 자유민주주의를 해체하면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자유주의의 대표적 석학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는 일찍이 “대중매체의 발달은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의 영향력을 키워 자본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위협을 늘린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 통찰력인가!

한 국가의 번영은 누가 뭐래도 경제적 자유를 기반으로 한다. 우리는 그 덕에 전근대 봉건국가에서 현대적 자본주의 국가로 변모하는 데 성공했다. 불과 1세기 만의 반전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자유민주주의를 대한민국 역사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건가. 모든 국민이 반(反)자유 세력의 준동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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